당시 익산시 기독교연합회 등 일부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들은 “국가식품클러스터에 할랄단지가 조성되면 무슬림이 익산에 쏟아져 들어와 지역 경제와 생활문화를 파괴할 우려가 크다”며 “익산이 무슬림 유입에 따른 이슬람국가(IS) 테러의 동북아 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결국 작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와 익산시는 일부 기독교 단체의 요구에 굴복해 할랄식품 구역 지정 계획을 취소했다.
익산시민 한모(62) 씨는 일부 기독교인의 반응에 대해 “기독교 측의 반대 논리를 들어보면 전부 허무맹랑하고 이해할 수가 없다”며 “내 자신도 기독교 신자지만 일부 교회의 이런 주장은 차마 들어주기도 민망하다”고 말했다.
이어 “익산은 매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도시다”며 “할랄식품 기업도 익산에 입주해 도시 활성화에 기여하면 좋을 텐데 왜 반대를 해 들어오려는 기업마저 내쫓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전라북도 익산시 왕궁면에 위치한 국가식품클러스터(사진)에는 당초 할랄 식품을 만드는 기업을 입주시키려 했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일부 종교단체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백지화됐다. ⓒ스카이데일리
국내 할랄 시장의 성장세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미국, 유럽 등 서양 국가와 일본은 이미 지난 199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할랄 시장을 공략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할랄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이후다. 수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할랄 시장의 발전을 방해하는 요소로 특정 종교와 시민 단체의 이슬람 공포증을 언급했다.
현재 국내에는 할랄식품 기반이 없어 대부분 수입을 통해 재료가 공수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모이는 용산구 이태원동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인근에는 인도, 터키, 페르시아 등 다양한 스타일의 할랄 식당이 있다.
터키 전문음식점 ‘쌀람’ 관계자는 “우리 식당을 포함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할랄식품 대부분은 수입된 것이다”며 “특히 닭을 제외한 양, 소 등 모든 고기는 100% 수입이다. 닭은 국내 육가공 공장을 파트타임으로 임대해 할랄 양식에 맞춰 도축한다”고 말했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할랄식품은 다양성면에서 부족한 상황이었다. 코트라에 따르면 국내 197개 회사의 단 562개 품목만이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가 실시하는 할랄 인증을 취득했다.
할랄 관련 예산 95억 중 70억 ‘불용’, 비효율적인 정부지원 개선 필요
▲ 할랄 음식 ⓒ스카이데일리
무역업 종사자들은 현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남아시아와 중동 국가에 한류의 열풍이 불고 있어 한국의 할랄식품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트라의 한 관계자는 “한국음식 중에서 인기를 끌만한 과자, 초콜릿 등 일반 가공식품과 김, 김치, 고추장, 볶음 고추장·간장 등을 할랄식품으로 수출한다면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다”며 “식품뿐만이 아니라 화장품도 할랄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화장품 시장도 노려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코트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0년 11억명이었던 전세계 무슬림의 숫자는 지난 2015년 18억명으로 늘었다. 오는 2020년에는 전세계 인구 26.4%인 19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할랄 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2009년 6500억달러(약 715조원)였던 할랄 시장은 지난 2014년 1조4000억달러(약 1540조원)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3년 후인 2020년에는 2조달러(약 2300조원)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할랄 시장 전체의 80% 이상은 할랄식품 시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제대로 된 할랄식품 관련 통계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작년 한해 동안 할랄산업 육성을 위해 ‘할랄 인증 활성화 지원’, ‘할랄식품종합지원센터’ 등 5개 사업에 95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관련 예산 95억원 가운데 25억원만이 집행됐다. 즉 예산 70억원(74%)이 집행되지 않았다.
25억중 20억원은 ‘할랄 인증 활성화 지원’에 집행됐고 ‘할랄식품종합지원센터’에 5억원이 집행됐다. ‘외식업체 리모델링 지원’ 등 3개 사업에는 예산이 책정됐으나 집행이 되지 않았다.
임병용 한국할랄수출협회 준비 사무국장은 “그동안 정부의 지원 정책은 할랄 인증 지원에 지나치게 집중돼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며 “할랄 수출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품목별 소비 트렌드 등 관련 정확한 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할랄 상품 구매자들에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