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알림 & 정보      보도기사

보도기사

중앙미디어네트워크_제1호 할랄 한식당의 존재감
작성자 : 관리자(halal@world-expo.co.kr)   작성일 : 17.12.19   조회수 : 5752

[출처]중앙미디어네트워크_원문바로가기 

 

제1호 할랄 한식당의 존재감

 

이드1.JPG

 

“한국 여행이 처음이라면서 왜 하필 이 식당을…?”

 
“아, 싱가포르에서 한국 드라마 보면서 한식이 되게 궁금했는데, 서울에 이런 식당이 거의 없으니까요. 온 김에 이태원도 구경하고 이따가 남산공원 올라가 볼 거예요.” 
 
총 25석 규모의 이태원 분식집 이드(Eid)에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손님이 붐벼 4인 테이블의 남매 관광객과 합석했다. 싱가포르에서 온 24세 여교사 페흐라는 뚝배기에 담긴 소불고기를 능숙한 젓가락질로 먹었다. “싱가포르에도 한식당이 있긴 하지만 여기가 훨씬 맛있다. 김치도 아삭하다”고 했다. 이곳에서 도란도란 귓속말을 하는 손님 대부분이 히잡(머리를 가리는 이슬람식 스카프)을 쓰거나 수염을 길렀다. 무슬림들이다. 
 
알아지즈·살람·마르하바·자프란…. 서울 이태원소방서에서 보광초등학교 방향으로 이어지는 우사단로 양 길가는 이런 간판들로 가득하다. 알 아지즈는 아랍권에서 성인(saint)를 일컫는 말, 살람과 마르하바는 일종의 인사말이다. 자프란은 향신료 이름이다. 대부분 무슬림 이민자들이 하는 현지식 레스토랑이다. 이국적인 향을 맡으며 길을 따라가다보면 서울 유일의 이슬람사원인 이슬람중앙성원이 나온다. 이드는 중앙성원 인근에 자리한 할랄(Halal) 한식당이다. 
 
할랄이란 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일컫는다. 기본적으로 채소·곡류 등 식물성과 해산물이 포함되고 육류는 돼지를 제외한 나머지 소·양·닭 등을 율법에 맞게 도축한 것만 허용된다. 사육·유통·보관·조리 과정에서 식재료가 돼지와 섞이는 것도 금기시된다. 관계기관의 철저한 검수를 통과한 식당만 할랄 인증을 받는데, 2014년 문을 연 이드는 한식당 중 1호다. 
 
“무슬림 관광객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데 이들을 위한 할랄 한식당이 없다는 데 착안했어요. 중앙성원은 서울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의 중심이기도 하니까 이곳에 자리 잡았죠. 이드가 소문나면서 지금은 할랄 한식당이 몇 군데 더 열었어요. 관광객들이 서울 투어를 하다가 식사는 이쪽에서 하는 코스까지 생기고요.”(유홍종 대표) 

 

호박·당근·쌀떡 등이 곁들여진 찜닭이 나왔다. 간장 소스를 기반으로 한 안동찜닭 풍에 청양고추의 매콤함을 살렸다. 이밖에 소불고기·삼계탕·김치찌개 등 메뉴는 총 4가지다. 기본 반찬 3가지와 밥·국 모두 이채로운 건 없는 ‘집밥’ 스타일이다. 할랄이란 걸 미리 몰랐으면 일반 음식점 요리와 구분하지도 못했을 게다. 
 
좀 다른 게 있다면 삼계탕에 영계 한 마리 대신 중닭 반 마리를 쓴다는 점이다. 이 역시 육질의 차이 등 레시피 철학 때문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재료가 그 뿐이라서다. “국내 할랄 식재료 시장이 크지 않아 삼계탕용·찜닭용을 구분해서 사육·도축하지 않거든요.” 반계탕 식으로 큰 닭의 반토막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메뉴가 4가지로 단출한 건 작은 주방에서 필연적인 일종의 특화 전략이다. “비빔밥·생선구이 같은 건 일반 식당에서도 많이 팔잖아요. 사실 무슬림들이 한식을 먹고 싶을 때 육류가 제일 걸리거든요. 오리지널 불고기·삼계탕을 먹고 싶은 무슬림들을 타깃으로 삼았죠.” 
 
유 대표에겐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10여 년 전 한국외대에 다니던 큰아들이 무슬림으로 개종했다. 당시 아들과 친한 동남아 유학생들이 자주 집에 놀러왔는데 기껏 차려놓은 음식에 손을 대지 않더란다. 
 
“무슬림들이 돼지고기·술 안하는 것만 알았지, 육류를 할랄만 먹는단 걸 그때 알게 됐어요. 광고업 퇴직 후에 무슨 일을 할까 하다가 그런 유학생·이민자들이 마음 편히 육류 한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열자 하게 된 거죠.” 지금은 유 대표 본인을 포함해 가족 전체가 무슬림으로 개종했다. 

 

페흐라는 이드 정보를 싱가포르의 한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연 100만명씩 한국을 찾는 무슬림들에게 ‘할랄 한식당’은 그 어떤 관광지나 미쉐린(미슐랭) 식당보다도 중요한 정보다. “싱가포르 사람이 하는 한식은 할랄이긴 한데, 진짜 맛은 아니잖아요. 한국인이 하는 한식 맛이 궁금했어요.”   

 

이드 같은 할랄 한식당을 알기 전 무슬림 친구를 만나면 으레 그렇듯 터키·레바논 식당을 갔다. 처음 한식당에 함께 갔을 때 친구가 채소 쌈과 생선만 먹기에 취향인 줄 착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는 할랄 삼계탕의 투박한 고기를 남김 없이 비웠다. 
 
음식을 접하고 식문화를 교류하는 것은 ‘친구’가 되는 출발점인데, 이제까지 ‘반쪽 교류’였던 셈이다. 솜씨 부린 김밥을 내밀었을 때 고기 고명에 난색을 표하면서 사양하던 또다른 무슬림 지인들도 떠오른다. 어쩌면 할랄 한식당은 그들을 위해서라기보다 우리의 테두리를 깨는 데 더 긴요한 존재인지 모르겠다. 


    



이전글 경남신문_산청 엔앤씨 메디메틱, 항노화 한방화장품 ‘할랄인증’
다음글 '천안배' 인도네시아 할랄인증 획득…30t 수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