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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_“한국사람이, 한국서 만든 할랄 라면 좀 먹으면 안 되나요?”
작성자 : 관리자(halal@world-expo.co.kr)   작성일 : 17.10.12   조회수 : 14814

[출처]한국일보_원문바로가기

 


"한국사람이, 한국서 만든 할랄라면 좀 먹으면 안 되나요?"

 

서울 이태원에서 화장품 관련 사업을 하는 조모씨는 라면을 좋아한다. 하지만 라면을 쉽게 먹지 못한다.

 

식성의 문제가 아니다. 조씨가 먹을 수 있는 라면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세계라면협회(WINA)에서 조사한 결과, 해마다 1인 당 평균 76개의 라면을 끓여 먹는 세계 최대 라면 소비국인 한국에서 라면 구매가 어렵다니? 하지만 조씨에게는 ‘실화’다. 조씨가 무슬림이기 때문이다.

무슬림은 이슬람 율법이 허락한 음식만 먹을 수 있다. 할랄 인증이 필수다. 할랄(Halal)은 아랍어로 ‘신이 허락한 좋은 것’이라는 뜻. 할랄은 ‘독이 없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지 않아야 하며’ ‘위험하지 않아야’ 한다는 3무(無)를 충족해야 한다. 금지된 것들을 보면 피(혈액), 술(알코올), 돼지와 돼지에서 나온 부위ㆍ부산물, 알라의 이름 아래 올바른 방법으로 도축되지 않은 동물에서 나온 어떠한 부위나 육류 등이다. 할랄 인증은 세계 공통의 표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세계 각지의 300여개 인증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나는 기준을 두고 기관별인증 마크를 발급한다. 국내에도 한국이슬람중앙회와 한국할랄인증원이 있다.

라면은 종류마다 면과 스프 제조 과정이 다르고 특히 스프의 원재료가 워낙 다양해 할랄 인증 과정을 통과하기가 매우 어려운 편이다. 한국 가게마다 널린 게 라면이지만 무슬림에게는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생산 중인 할랄 라면 1호는 신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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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할랄 라면’이 존재한다. 지난달 28일 삼양식품이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 기관 MUI(무이)로부터 불닭볶음면 3종(불닭볶음면, 치즈불닭볶음면, 쿨불닭볶으면)이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 라면 판매 1위인 농심은 2011년 신라면이 할랄 인증을 받았고, 이어 순라면, 김치라면, 감자라면, 안성탕면 등도 인증을 받았다. 풀무원도 이미 2013년 생라면 브랜드 ‘자연은 맛있다’ 라면 2종을 인증 받았다.

하지만 이런 할랄 라면도 국내 무슬림들에게 ‘그림의 떡’이다. 이들 모두 수출품으로, 해외에서만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지만 국내에선 맛볼 수 없다. 농심 관계자에 따르면, 2011년 4월 부산공장에 할랄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할랄 신라면을 출시,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등 40여 개 주요 이슬람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강원 원주와 전북 익산에서 할랄 불닭볶음면을 만들어 수출 중이다. 모두 여러 이슬람 국가의 할랄 인증 기관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제조와 유통 과정에 대한 현장 실사를 거쳤다. 이들 라면 제조 회사에 원료를 공급하는 협력업체 역시 똑같이 심사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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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할랄 라면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농심에 따르면, 2016년 할랄 라면 매출은 전년도인 2015년 대비 33%포인트 증가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 인구가 많은 동남아에서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뜨겁다. 지난해 불닭볶음면의 동남아 수출액은 270억 원으로 2015년보다 4배나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 885억원 중 인도네시아(100억원대)를 비롯해 동남아에서 벌어들인 돈이 약 35%를 차지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번에 인증을 받은 인도네시아 MUI는 말레이시아의 JAKIM(자킴), 싱가포르의 MUIS(무이스)와 함께 세계 3대 할랄 인증기관입니다. 국내 라면 생산업체들 중에서 MUI 인증을 받은 것은 삼양식품이 처음이라 더 많은 수출이 기대됩니다”라고 말했다.

동남아에는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이 있고, 할랄 시장도 전 세계의 약 절반을 점유한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80% 이상인 2억 명이 무슬림으로 단일 국가 기준 세계 최대의 할랄 시장으로 꼽힌다.

해외에서 인기 급상승, 국내에서는 못 먹는 할랄 라면

 

해외 시장에서는 인기 급상승 중인 할랄 라면이 정작 안방인 한국에서 구경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해 보인다. 라면 회사들은 공식적으로 두 가지 이유를 언급한다. 현재 국내 생산량이 해외 수출 물량을 감당하기 벅차다는 것과 그런 상황에서 국내 내수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려면 별도 생산 라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과연 그럴 만큼 경제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무슬림 인구가 13만 명이 넘는다는 추산이 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무슬림이 약 10만명, 한국인 무슬림이 약 3만5,000명 등 약 13만 명 이상이 국내에 살고 있다고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무슬림 방문객도 지난해 82만2,000명이 넘는다. 2013년 54만2,000여 명과 비교해 보면 3년 만에 28만 명이 늘었다. 취재 중 만난 한 무슬림은 “해외 무슬림들도 이미 한국의 라면을 먹어보고 상당히 좋아합니다.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는 무슬림 방문객에 국내 무슬림까지 감안할 때 할랄 라면을 한국에서 자유롭게 맛볼 수 있다면 꽤 인기가 있겠죠”라고 말했다.

 

◆국내 무슬림 방문객 수 추이(단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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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방문객 중 이슬람협력기구회원국 국민 수를 무슬림 방문객으로 간주하여 추정

<자료: 국회 입법조사처,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의 무슬림들은 할랄 라면이 현재 한국 사회가 무슬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씨는 말레이시아 등 해외 이슬람 국가에 살거나 방문한 지인을 통해 할랄 라면을 구해 먹는다. 가격은 국내 판매 제품의 2배 이상이다.

이슬람을 연구하는 국내 한 대학 교수는 “국내 무슬림들 사이에서는 기독교의 반발 여론을 의식한 식품 회사들이 국내에 할랄 식품을 내놓는 것을 꺼린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국내에서 생산하고도 못 먹는 할랄 라면이 그 단면일 뿐이라고 전했다.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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