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알림 & 정보      보도기사

보도기사

서울경제_[S리포트-이슬람을 다시 본다]18억 시장···치밀한 수요 조사·이해도 없인 할랄인증 무용지물
작성자 : 관리자(halal@world-expo.co.kr)   작성일 : 17.06.19   조회수 : 13975

[출처]서울경제_원문바로가기


[S리포트-이슬람을 다시 본다]18억 시장···치밀한 수요 조사·이해도 없인 할랄인증 무용지물

 

12.JPG

지난 5월 러시아 타타르 자치공화국수도 카잔에서 열린 러시아 할랄 엑스포에서 한 참가자가 할랄 고기를 썰고 있다.

이 엑스포는 ‘러시아와 이슬람세계’를 주제로 열린 제9회 국제경제서밋(The 9thInternationalEconomicSummit) 의 부대행사로 열렸다.

러시아의 대 이슬람권 접근 노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카잔=TASS·연합뉴스

 

국내 기업의 이슬람 시장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제 이슬람 시장은 노다지를 캐는 황금광산이 아니다. 오히려 유럽이나 북미권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준비를 많이 해야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 전문가나 이슬람권 주재원 출신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임병용 한국할랄수출협회 사무국장은 지난해부터 식품과 화장품을 제조하는 국내 중소기업인들의 이슬람권 수출 상담을 자주 받고 있다. 최근에도 한 건강식품 가공업체 대표가 협회를 방문해 수출 절차 등을 문의했다. 임 국장은 이들 업체와 상담하면서 공통적인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기업들이 이슬람권 시장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와 수요 조사조차 안 돼 있다는 것. 임 국장은 “우리가 이슬람권이라고 통칭하지만 중동·북아프리카·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 지역별, 문화별로 식문화와 제도·관습이 다르다”며 “비용을 들여 할랄 인증을 하는 것보다 해당 식품을 수출할 시장을 특정하고 판매가 가능한지 수요 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동·北阿·동남아 경제권

지역별 제도·관습 다르고

정책 수시로 바뀌어 불확실

황금광산 커녕 돈만 쓸수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리비아 등지에서 대형건설사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A부장은 “국내 한 중소건설업체가 의욕을 앞세워 리비아에서 건설 공사를 수주했는데 발주기관이 당초 약속했던 공사비(기성금)를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미뤘다”며 “이 업체는 결국 상당한 적자를 보고 철수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믿을 만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확보하지 못하면 ‘블루오션’은커녕 돈만 쓰게 되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기업 지역전문가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니지에서 2년간 거주했던 B차장 역시 “중동 지역에서 비즈니스는 정부 혹은 국왕의 말 한마디에 정책이나 법규가 확 바뀔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러한 돌발사태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상당 기간 해당 지역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할랄 산업 역시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 2015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걸프 지역 4개국 순방 이후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키겠다는 취지에서 할랄 산업을 크게 부각시켰다. 또 올해까지 할랄 시장 수출 15억달러를 목표로 지난해 할랄인증활성화지원사업에 정부예산 95억원을 편성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펼쳤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이 같은 할랄 산업 정책은 오히려 부작용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전북 익산의 식품클러스터 내에 할랄 구역을 지정하려다 종교계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 대표적 예이다. 엄익란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경우 경제 문제가 종교 이슈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기술개발 지원과 같은 후선 역할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주도땐 종교 이슈화 우려

기업 중심 할랄산업 활성화를

 
수쿠크(이슬람채권)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투자증권은 2008년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자문위원회 의장인 모하메드 다우드 바커씨를 자문역으로 영입하며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이슬람채권 발행 준비에 착수했다. 이슬람 금융에 관심이 많았던 유상호 사장은 당시 “이슬람 금융이 증권사의 수익창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자금으로 이용될 수 있어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이슬람 식 채권인 수쿠크 발행을 위해 수쿠크에 붙는 세금을 면제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2011년 무산되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사실상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수쿠크는 이자 수취를 금하는 이슬람 관습법을 충족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실물거래가 이뤄지도록 설계하는데 만약 면세 혜택이 없으면 매매차익보다 중간세금(취득세·등록세·양도소득세 등) 이 높아져 상품 설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슬람 파이낸셜 서비스 산업 안정성 보고서 2017’에 따르면 이슬람 금융 자산은 2008년 6,100억달러(약 685조원) 수준에서 2013년 1조3,000억달러(약 1,466조원)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이후 2015년까지 정체를 보여 2016년 총 자산은 1조4,000억달러(약 1,573조원)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슬람 금융이 주춤한 이유는 유가가 하락하면서 중동 경제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수쿠크에 대한 논의는 2011년 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가 종교단체의 반대로 무산된 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때마침 중동 경제도 침체되면서 수쿠크는 국내 금융사의 관심을 더 이상 끌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중동 등 이슬람권이 포기할 수 없는 대규모 시장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슬람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현 시점에 정부가 수쿠크 제도라도 마련해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은 2007년 수쿠크 발행이 가능하도록 이미 법 개정을 시행했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른 비무슬림 국가들이 중동에서 발을 빼던 시기였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수쿠크에 관한 관심이 시들해졌는데 이럴 때 일본처럼 수쿠크에 대한 제도를 마련해야 향후 이슬람권 경제가 회복될 때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부소장 탐사기회팀

 

안갑성 기자

이전글 연합뉴스_네네치킨, 할랄인증 획득…말레이시아 진출
다음글 매일경제_태경농산, `할랄` 간편가정식(HMR) 사업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