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알림 & 정보      보도기사

보도기사

매일신문_대한민국에서 무슬림으로 산다는 것
작성자 : 관리자(halal@world-expo.co.kr)   작성일 : 18.10.30   조회수 : 11954

[출처]매일신문_원문바로가기

대한민국에서 무슬림으로 산다는 것

 

익숙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대상이 무엇이든 그것에 대해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슬람 종교도 그 중 한 가지일터. 이슬람이니파키스탄 출신 무슬림이란 말은 심심찮게 뉴스에서 보지만 이슬람교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라는 뜻의 무슬림을 정확히 구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01.JPG

26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슬람사원에서 한야신씨가 기도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무슬림으로 태어났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있는 한야신(45·본명 Yasin Baloch) , 그리고 한국에서 불자로 살다가 남편을따라 이슬람교로 개종한 아내가 있다. 아직 무슬림이 친숙하지 않은 나라에 살기 때문일까. 그들의 일상은 여느 한국의 가정과 다를 것이 없지만 아내는 신분을 드러내길 원하지 않았다. 이들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두 사람의 시점으로 그려본다.

 

◆아내 이야기

 

"결혼을 하려면 개종해야 해요."

 

형식적이긴 하지만 나도 종교를 갖고 사는 사람이었다. 부처님 오신날이 되면 가까운 절에 가서 공양을 올렸고 종교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이것입니다' 하는 답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런데 가톨릭이나 개신교와 같이 익숙한종교도 아니고 이슬람교라니.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문제라면 서로 절충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겠지만 종교는 이해를 넘어 상당한 인내와 적응이 필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남편과의 약속이다. 종교라는 게 완벽한 이해나 믿음이없다면 유지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한국인이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게 가능할까걱정하며 결혼을 결심했다.


02.JPG

26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슬람 사원에서 한야신씨가 기도를 올리기전몸을 씻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남편은 현명한 사람이다. '무슬림은 이렇게 해야 한다.' 라고 강요하는 대신에 왜 그런지 설명해 주었다. 결혼 당시만 해도한국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얼굴 색깔에 민감했다. 새로운 종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내가 단계를 거쳐 새로운 생활 방식에 적응하길 원했다. 보수적인한국 사회에서 행동이나 모습이 튀어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슬람 국가 중에 히잡 착용에자유로운 곳도 있어 굳이 천을 두르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남편 스스로는 평생 신앙과의 약속을지키고 살아야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자연스럽게 바꾸어 나갔다. 강요가 없었기 때문에 남편의종교를 이해하기가 쉬웠고 익숙해지는 데도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돼지고기나 술을 못 하는 대신에정성이 들어간 할랄 음식에 푹 빠지게 되었다.

 

딸아이를 똑같은 방식으로 자연스레 무슬림으로 자라게 했다. 부모가본보기가 되면 저절로 따라올 거라 생각했다. 라마단 기간이면 새벽에 일어나 종일 금식하는 남편을 위해아침을 차리고 함께 기도했다. 이슬람 율법이며 할랄 음식, 언젠가찾게 될 하지 성지순례까지 남편으로부터 배운 똑같은 방식으로 딸아이에게 알려주었다. 일반 학교에 다니면불편한 점이 없을까 생각했지만 딸은 급식으로 돼지고기가 나올 때면 김치나 김 반찬으로 밥을 먹는다고 했다.

 

누구나 인생의 변곡점을 갖고 산다. 무슬림이 되면 인생이 송두리째바뀔 거라 생각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한국을 사랑하는 내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무슬림 가족으로 산다는것은, 모든 사람이 가지는 변화와 이해의 과정일 뿐 아주 대단한 도전이나 감내가 아니다. 무슬림의 삶은 내게 일상이다.


03.JPG

한야신(왼쪽)씨가 자신의할랄식품 매장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남편 이야기

 

"여보, 천천히바꿔가도 돼요."

 

23년 전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20여년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나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도크게 달라졌다. 아내와 딸이 생겼으며 국적을 취득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있다. ()은 대한민국의 ''자를 사용한다. 하지만바꿀 수 없는 한 가지. 나는 여전히 이슬람교를 믿으며 살고 있다. 로마에가면 로마법을 따르라지만 종교는 그것과 다르다. 신과의 약속은 바꿀 수 없거니와 한국에서 무슬림으로생활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라마단 그리고 할랄 음식에 대해 나는 아내에게는 이렇게 설명했다.

 


04.JPG

 

- 라마단

 

라마단이라고 하면 두 가지를 떠올리지요. 기도, 그리고 금식입니다. 라마단 기간30일 중 27일간 밥을 굶어야 해요. 해가뜰 때부터 질 때까지 음식뿐만 아니라 물도 마시면 안 됩니다. 해가 떠 있을 때만 금식을 한다고 하지만평소에도 해가 떠 있을 때 밥을 먹잖아요? 그러니까 저처럼 율법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면 갑자기바꾸기가 힘듭니다. 아내가 무슬림이 된 후에도 처음엔 몸이 상하지 않을 정도만 따라 하라고 했어요. 아내에게 금식이 힘들면 언제든지 멈추고 식사하라고 했어요.

 

금식은 신과의 약속, 그리고 수행의 목적도 있지만 평소 배불리 먹던자들이 공복을 느끼면서 배고픈 자들의 입장을 느껴보란 의미도 있어요. 저는 하루 5번 기도하는 것도 아주 과학적인 수행이라고 생각해요. 하루 5번 기도를 드릴 때마다 머리를 숙이는데, 정수리까지 피가 통해 혈액순환이되고 건강해진다고 믿거든요. 기도를 열심히 한 탓일까요? 제이마에는 두 줄로 멍이 들어 있어요.

 


05.JPG

26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슬람 사원을 찾은 무슬림들이 기도를 하고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 할랄 음식

 

할랄은 '허용된'이란 뜻으로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할랄 음식이라고 합니다. 불교의 사찰음식이 있다면 이슬람 교엔 할랄 음식이있습니다. 종교 율법에 따른 건강식이죠. 사찰 음식은 절에서만먹는데 할랄 음식은 무슬림에게 일상입니다. 고기뿐만 아니라 과일, 야채, 곡물, 해산물까지 할랄 음식이 있답니다. 심지어 화장품에도 할랄 인증이 붙은 상품이 있어요.

 

무슬림으로 자라면서 집에선 할랄 방식으로 도축된 고기가 일반고기보다 더 맛있다고 배웠어요. 물론 한국에 와서 모르는 사이에 하람(무슬림에게 금지된 것들. 할랄이 아닌 음식)을 먹어본 적도 있어요. 저는 허락받은 음식을 먹었을 때 마음이 편해서인지 더 맛있게 느껴지더라고요.나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것도 무슬림의 가치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이종교로부터 얻는 감사한 마음과 평안이 이런 게 아닐까요?

 

강민호 기자 kmh@msnet.co.kr

이전글 경북신문_안면도 ˝무슬림 겨냥한 치유센터 들어선다˝
다음글 KNS_해양바이오연구센터 주최 수산산업 창업·투자지원사업 수혜기업 워크숍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