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경향비즈_원문바로가기
현지 입맛 저격 대박 매운맛 먹혔다
ㆍ말레이시아 공략 ‘대박라면’ 개발한
전지욱 신세계마미 CFO
불닭볶음면보다 3배 더 매워
할랄 재료로 문화적 요구 충족
판매 물량 조기에 소진 ‘인기’
국내 식음료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삼양 ‘불닭볶음면’은 수출액이 국내 판매액보다 많고 오리온 ‘초코파이’도 꾸준히 해외 시장에서 사랑을 받아온 사례다. 공통점은 국내 시장에서 잘 팔리던 제품을 수출해 성공한 케이스란 점이다.
말레이시아를 겨냥해 만든 ‘대박라면’은
콘셉트부터 제작, 유통까지 현지 합작법인인 ‘신세계마미’에서 진행됐다. 국내엔 거의 정식 유통조차 되지 않는 상태지만 2018년 현지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매번 판매 물량이 조기 소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박라면 제품 개발 과정에 참여한 신세계마미의 전지욱 재무담당이사(CFO)는 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지인의 요구와 입맛에 충실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대박라면은 맵다. 매운 라면으로 입소문을 탄 불닭볶음면의 스코빌지수는
약 4400SHU에 이른다. 대박라면 고스트페퍼맛의 스코빌지수는 1만2000SHU로 약 3배
더 맵다. 스코빌지수(Scoville Hot Unit)는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 농도를 측정하는 수치다. 전 이사는 “말레이시아의
전통 음식들이 그다지 맵지 않아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고
말했다. 현지 인기 식당들은 매운맛 메뉴를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으며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매운맛을
선호하는 문화가 높아지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전 이사는 “개발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학생,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시식을 실시했는데 현지인들 사이 ‘더 맵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메뉴
개발 과정에서 이쪽(한국 신세계푸드)에선 ‘너무 맵다’고 하고 현지인들은 ‘덜
맵다’고 하는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기 힘들었다. 결국 현지
입맛에 맞추는 방향으로 정해졌다”고 말했다.
‘재료’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다. 할랄푸드 인증을 받아야 해 쓸 수
있는 재료가 한정적이었다. 전 이사는 “현지인의 입맛에 맞추면서도
한국적인 맛을 원하는 수요를 충족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비교적 주목받지 못하던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한 이유에 대해선 “성장
가능성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말레이시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인구는 적지만 한국 음식, 라면에 대한 선호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라면 시장은 2014년부터 꾸준히 성장해왔고, 2018년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한국 라면 주요 수출국 5위권으로 진입했다.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62%가 무슬림이라 권위 있는 할랄 인증 기관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레이시아가 향후 할랄푸드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앞으로 신세계마미는 한국의
고추장 소스 등을 개발해 할랄 문화권에 알려갈 계획이다. 전 이사는
“동남아 국가들에서 한국 문화, 음식에 인기가 올라가고 있지만 많이 소개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공품 외에 소스 등도 개발해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